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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October 24th, 2007 | No Comments | Posted in

올해 가장 열심히 책을 팔았던 일본 추리 소설 작가가 “온다 리쿠”가 아닐까 싶다. 여태껏 들어왔던 일본 소설 중 추리 소설이 적었던 것도 있지만 올해에는 정말 그녀의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들어왔다.

그 중에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세 이야기가 꽉 짜여진 틀 안에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가다!”라고 느꼈다.

그 동안 그녀의 책들이 약간 어두운 면이 있어서 다른 책들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라는 특이한 제목과 흥미로워 보이는 소개 내용을 읽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무기력한 전후 세대

이 책은 일본인만이 살아남아 전 시대의 폐허를 정리하는 신세대를 이야기한다. 이전 시대의 폐허를 하나 하나 정리해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심각한 통제가 존재했다. 그리고, 심각한 파멸로 인해 복구 작업은 기계보다는 사람에 의존했고 그만큼 진척이 느렸기에 300여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견되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300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고 생전에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평생을 전후 복구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힘들었고 모두가 무기력했다.

생존을 위한 경쟁

이러한 여건 속에서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대동경고등학교를 대표로 졸업하는 방법 뿐이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이들에게 그러한 기대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힘겨운 경쟁 속에서 대동경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그들이 상상하던 그러한 세상이 아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규제 속에서 생존을 위해 동기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정은 ”배틀 로얄”이 떠올리게 했고, 특히 프롤로그는 배틀 로얄의 마지막 탈출 시도 장면이 떠올리게 한다.

일본 전후 세대의 노스텔지어

이전 시대가 놀라운 기술 기술 발전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제한된 분야 외에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위해 힘을 쓴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시대 속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이 떠오른다.

21세기 소년에는 어릴 적 그들이 동경해 마지 않았던 1970년 오사카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주요 사건으로 삼는다.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히피에 대한 동경이 주인공 켄지의 모습으로, 그리고 TV나 비디오보다는 라디오를, 볼링의 황금기에 대한 기대감을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당시 유행했던 세탁기를 응용한 목욕 시설, 정글짐 오르기, 수건 돌리기 등이 작가에 의해 새로운(혹은 잔혹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한 장(章)마다 20년대 유행했던 수많은 것들이 괴물과 싸우는 초거대 키티와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서브 컬쳐에 대한 오마주

… 코스프레, 안톤 이노우에와 자이언트 바바, 격투기,

또 한번 “20세기 소년”과 닮았다고 하는 이유는, 코스프레라던가 이종격투기 등 이전 세대의 “서브 컬쳐”에서 행복을 찾는 이 책의 등장 인물들과 기타를 치는 켄지, 이노키를 좋아하는 이들, 그리고 또다시 볼링의 황금기가 찾아오길 바라는 모습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마 두 작가 모두 1960년대 혹은 1970년대를 가장 행복했던 시대라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이종격투기, 고딕 메탈, 코스프레 등 서브 컬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진정한 예술은 이러한 서브 컬쳐가 들끓어야만 하나의 형태를 지켜나가는 것이 의미있는 것인데 이러한 다양한 서브 컬쳐가 없다면 예술은 큰 의미가 없다고 전통 무용 전수를 거부한 “이와타”의 입을 통해 이야기한다.

빈틈없이 학생들을 관리하는 동경고등학교 지하에 의외로 “언더그라운드”가 존재하며 그 안에 벌어지는 다양한 서버 컬쳐 공연과 체험을 통해 학생들이 위로 받는다. 작가는 힘든 삶 속에서 위안을 얻고 삶의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서브 컬쳐라고 이야기 한다.

역시 온다 리쿠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20세기의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이다. 그렇지 않다면 영어식 말장난이 많은 “엘리스(Alice)”를 직역한 책을 읽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시대적 배경 설정, 등장 인물들의 성격, 여러 소품)을 그녀만의 능력으로 멋들어지게 재구성해냈다. 상당히 많은 것들이 어디서 본 듯, 들은 듯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그녀가 생각하는 20세기는,

끝으로 그녀가 생각하는 20세기는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시대인 것 같다. 퇴폐와 향락 그리고 소비에 흥청이며 서서히 몰락해가는 시대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최후에 그들이 얻게 되는 성불(成佛)은 바로 “20세기”이다.

서서히 몰락해가지만 사람들이 가장 자유롭고 본능에 충실하게 누릴 수 있었던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그녀가 이야기 하는 20세기는 일본이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들었던 “버블 경제” 시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도 해본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몰락해 가는 20세기를 살려보겠냐”는 질문에 “그냥 즐기겠다”는 식의 답변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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