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처럼 느껴졌던 100분 토론
오밤중에 생뚱맞게 100분 토론을 보았다. 부인이 좋아하는 유시민이 나온 것도 있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궁금하기도 해서 늦은 시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꽤나 흥미진진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논객 중에 맘에 들어하는 이도 있고 싫어하는 이도 있으며, 좋아는 하지만 생각이 나와 맞지 않는 이도 있어서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쓰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양쪽에 4명씩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이미지를 스크랩하러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총 9명의 사진이 올라와있다. 확인해보니 이승환 변호가에 대해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화면에 가끔 비추긴 했지만 말도 버벅이고 이야기의 내용도 정리되지 않고 없다고 생각해도 무난했다.
체스 같았던 토론
하여튼 당시 이렇게 이승환 변호사를 빼고 4:4의 토론이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서로가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하면서 공방을 주고 받는 모습이 마치 축구와 같은 단체 경기 또는 체스판 위의 말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나경원은 마치 축구의 골키퍼 또는 체스판 위의 퀸처럼 이명박 정권에 대한 여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에 대해 공격수 또는 체스의 나이트들에게 공격을 받는 형국이었다.
나경원(A팀)
여당을 대표해서 토론에 참석한 나경원은 어쩔 수 없는 퀸. 개인적으로는 전여옥보다 더 싫어하지만 나름 방어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뒤에 계속 설명하겠지만 쥐고 있는 패가 너무 안 좋았으니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인데, 중간 중간 유시민과 진중권의 공격에 당황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실수를 했다.(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
유시민(B팀)
토론 시간 중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은 진중권이지만, “다양성”과 “절차”라는 두 가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야기 하면서 체스의 퀸 같은 느낌을 주었다. 급하게 서두르는 느낌 없이 위 뒤 가지를 일관되게 이야기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덤을 지적하였고, 쉽고 편안한 문장 속에 뼈가 있는 강한 한 마디 한 마디를 하였다. 타이르듯 부드러운 대화 속에서 개념이 없다는 이야기를 대놓고 할 줄은 몰랐다. ㅎㅎ 진정 본좌라고 느꼈던 시간이다.
기억에 남는 표현 : 개념 없다.
전원책(A팀)
정체성이 가장 모호한 캐릭터였다. 양비론을 주장하면서 이전 정권과 현 정권의 잘못된 점을 이야기했는데 그러면서도 뭔가 공감갈만한 대책이라던가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마치 자신이 심판장이 되어 양 정권을 심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 하는 내용 중 대부분은 수박 겉핡기 식의 이야기들 뿐이어서 마치 복덕방 아저씨가 바둑 두면서 신세한탄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남북 문제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이야기의 초점을 흐리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덕분에 나경원이나 제성호도 감당이 안되는지 그냥 놔두는 분위기였다. 도대체 남북 분단 안 되었으면 뭐 해먹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대책없고 지겨운 말만 반복했다.
기억에 남는 단어 : 전쟁
진중권(B팀)
그가 생각하는 이념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이명박 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물을 만난 물고기와 같았다. 일단 축구에서의 공격수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쉬지 않고 공격을 하는데,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상대방의 논점까지 놓치지 않고 공수 다방면으로 가장 열심히 뛰어다녔다. 산발적인 주제 속에서도 열심히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은가 보다.
그리고, 신해철과 함께 비유를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왜 많은 이들이 진중권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지하거나 감정적으로 상대하는 이들에게 마치 농담처럼 비유를 던지고 상대방을 우스개로 만들면서 공격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 두 사람이 이야기할 때마다 뒤에 있는 패널들은 배를 부여잡고 웃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근데 사상적인 면은 글쎄… 잘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표현 : 머리에 삽밖에 든게 없는 것 같다
제성호(A팀)
축구의 최종 수비수 또는 체스의 비숍처럼 그나마 나경원에게 가장 힘이 되어줄 수 있었던 인물. 하지만, 기본적인 생각이 불분명해서 인지 법이라는 무조건 옳은 잣대로 밀어 붙이려고 하는데 법도 바뀔 수 있고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법이면 장땡이라는 단순 논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여러 주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보이지도 않고, 대화의 센스도 부족하고, 답답하니까 계속 자기가 이야기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자폭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나경원을 도와줄 이는 없었다고나 할까?
기억에 남는 단어 : 법
신해철과 김제동(B팀)
이 두 사람이 바로 이번 토론에서 가장 마음이 편한 사람과 편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마치 안티도 팬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올해 가장 기분좋은 일로 자신의 새 앨범 출시라고 말하고 토론 나갔다가 말 잘못하면 다친다며 주위 사람들이 말렸다는 등 가벼워 보이는 말투를 썼지만, 진중권 못지 않은 재치있는 비유로 자신의 생각을 시원 시원하게 이야기 했다.
기억에 남는 표현 : 가수 비보다 국회가 더 유해하다.
반면, 이번 토론에 나온 다른 이들과 달리 김제동은 뚜렷한 정치색을 표출할 수도 없고, 신해철처럼 스스로 방탄복을 입고 안티팬과 맞설만한 캐릭터도 아니고, 유시민처럼 전 정권의 관료를 지낸 것도 아니다 보니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몇 마디 안한 그의 이야기 속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대변해 주었다.
역시 경기는 팀웍이다.
진중권이 유시민에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까지 이야기했지만, 그 토론에서는 분명 같은 방향에 서서 플레이를 하였다. 그러나, 상대편에 있는 전원책은 스스로가 중립인 척하면서 양쪽으로 분탕질을 하였고, 존재감도 없는 이승환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서 자폭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해당 팀에 그늘을 드리웠다.
또, 유시민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다양성”과 “절차” 외에는 이야기 하지 않고, 신해철이 정치적인 이야기에 깊이 끼여들지 않고 일반 시민들의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가 어떤 포지션을 맡아야 하고 어떻게 응대 해야 하는지를 아는 팀 플레이의 느낌이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는 하나의 팀이라고나 할까? 그에 반해 나경원 쪽은 오합지졸…
간만에 재미있는 토론을 보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좋은 공부가 되었다.










폐동님의 재미있는 해설 잘 읽고 갑니다..^^
뭐 해설이랄 것까지 있나요. 그저 떠오르는 대로… ㅎㅎ